청춘익사사건

@ ATLAS-finesummer

some year fine summer

오픈

 

 

  각오해, 배구에 단단히 빠지게 해 주마. 목소리는 성시우의 것이었다. 전날 천가렴에게 농구의 맛을 배운 후 그에게 배구도 그만큼 재미있단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처음은 역시 스파이크의 쾌감을 느낄 때지. 성시우는 배구공을 이리저리 돌려보다 바닥에 튀겨보기 도 하던 천가렴을 네트 앞에 세웠다.

 

 

“자, 왼발 앞으로 두고... 그래.”

 

 

  습득이 빨랐다. 굳이 머리 아프게 가르칠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자, 성시우는 바로 배구공을 띄우기로 했다. 내가 토스해 줄 테니까 쳐 봐. 천가렴이 고개를 끄덕이고 배구공에 집중하자 성시우는 공을 던졌다. 이어지는 공기 가르는 소리. 공을 피해 허공에 휘저은 손이 머쓱하게 머리카락을 헤집는다. 성시우는 짧게 웃으며 배구공을 잡았다.

 

 

“다시.”

 

 

  다시, 다시, 그리고 또다시. 천가렴이 이를 꽉 깨물었다. 씨, 이거 뭐···.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공이 날아온다. 야! 성난 소리에 성시우가 어깨를 으쓱였다. 다시 해 봐. 분한 듯한 눈빛을 한 천가렴이 숨을 고르고 공기가 차분해질 때쯤. 성시우는 다시 한번 토스를 올렸다. 공이 회전하며 공중을 가르고, 곧게 뻗은 손이 강한 힘과 함께 맞닿는 순간.

 

 

“어때, 기분이?”

 

 

  쾅, 체육관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추락한 공이 텅텅거리며 바닥을 구른다. 조금 놀란 듯한 천가렴이 속삭이듯 말했다. 나쁘지 않네. 그의 반대편으로 걸어가며 배구공을 손에서 돌리던 성시우가 밝게 웃었다. 이제 공 쳐 봐.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다. 네가 어떻게 치든 내가 다시 공을 살릴 거니까.

 

 

“뭐?”
“왜, 못 하겠어?”

 

 

  내가 이기면 변명할 준비나 해. 눈썹을 들썩인 천가렴이 방금 배운 대로 공을 높게 올렸다가 따라 뛰어오른다. 자세를 낮춘 성시우는 무서우리만치 빠른 속도로 현재 경기에 -경기라고 하기엔 작은 내기 수준이지만- 집중했다. 주변에 있던 먼지들조차 내려앉고 그들의 경기에 몰입할 때, 공이 피부와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떨어졌다. 초보자의 공이란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라, 대기하고 있던 성시우는 빠르게 달려 회전하는 공이 바닥에 닿기 직전에 손을 뻗었다. 공이 높게 떠올랐다.

 

 

“다시 때려봐.”

 

 

  랠리를 잇는 건 처음일 텐데도 천가렴은 공을 놓치지 않았다. 또 한 번의 스파이크. 네트를 아슬하게 넘어간 공은 성시우와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그대로 몸을 바닥과 밀착시켜 손끝으로 올린 공은 네트 위로 올라갔다. 가까이에 서 있던 천가렴은 한참 아래에 있는 성시우를 내려다봤다. 반짝이는 눈동자. 투명한 눈안엔 오로지 배구공만 가득 차 있다. 만화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던 눈동자. 그 순간만큼은 배구가 세상의 전부인 듯한 얼굴. 마치 제가 농구 그물 철썩이는 소리를 들을 때의···.

 

 

“아.”

 

 

  어느새 바닥을 짚고 일어나는 중인 성시우가 킥킥거렸다. 높게 올라갔던 공이 천가렴의 머리 정중앙을 때린 탓이었다. 머리를 문지르던 그에게 공이 날아왔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패스된 공을 잡은 천가렴이 성시우를 바라봤다.

 

 

“이번엔 내가 스파이크 쳐볼게. 니가 공 띄워 봐.”

 

 

  천가렴은 들고 있던 배구공을 성시우에게로 던진 뒤 그가 했던 것처럼 자세를 낮췄다. 빙글빙글 돌던 공이 다시 천가렴에게로 돌아와 그의 손에 닿지 못하고 떨어졌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다음 공은 바로 들어왔다. 처음 스파이크를 배울 때와 비슷했다. 다시, 다시, 그리고 다시. 체육 관 바닥에 배구공이 가득하다. 집중한 탓에 볼을 타고 턱 끝까지 질주하는 땀방울을 느낄 새도 없었다. 땀을 닦는 것을 기다리던 성시우에게 천가렴이 손짓했다.

 

 

“다시.”

 

 

  성시우는 웃었다. 그는 눈가를 간지럽히는 땀을 한 번 닦은 후 다시 뛰어올랐다. 체육관을 울릴 만큼 큰 소리와 함께 천가렴에게로 공이 떨어진다. 시야를 가득 채운 공은 몇 시간째 보는 것일 텐데 질리지 않는다.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공을 향해 달리는 순간은 몇 초 채 되지 않을 텐데도 일 분은 족히 넘는 것 같다. 손을 뻗고, 하지만 끝에도 닿지 않은 공이 여전히 바닥을 향할 때. 발을 뻗었다.

 

아, 닿는다.

 

 

“어때.”

 

 

  공이 하늘 높이 떠오른 뒤 나타난 풍경은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는 성시우다. 이게 훨씬 재밌지? 스파이크도 좋지만, 이것도 배구의 묘미거든. 시야가 트이고 뒤에 있는 날 굳게 믿는 팀원이 내가 올려 준 공을 칠 때.

 

 

“이게 배구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구나.”

 

 

 

ⓒ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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