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북적북적한 합숙소에는 공을 탕탕 튕기는 소리, 휘슬 부는 소리, 학생들의 외침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진다. 당연하게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들 중 하나였다. 있으나마나한 복장 규정-각 학교 유니폼 바지 및 져지 필참-에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누군가는 늦잠에 누군가는 지각할 뻔 하고, 누군가는 아예 지각을 하고, 누군가는 애초에 잠에 빠져 제시간에 나오지도 않았다. 또... 배식은 유독 맛이 없었고 매점에는 사람이 많았다. 점심시간이 지나니 식곤증이 몰려왔고 와중에 날은 또 왜 이렇게 좋은지.
“엥… 쟤가 왜 우리 학교에 있음?”
“뭐야 쟤 우리 학교 아니지 않냐? 자연스러워서 몰랐네;?”
시우의 손에서 공이 두어번 떨어진다. 공을 꽉 쥐고 크게 심호흡했다. 가렴의 앞에 선 시우, 그리고 시우의 손에는 농구공이 들려있었다. 뭔 농구공이냐 하면 고등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배구가 더 어렵다느니 농구가 더 어렵다느니 별 것도 아닌 걸로 투닥거리다 불이 붙은 것이다. 운동부의 특권(?)과 모범생의 이미지로 터덜터덜 가렴의 학교로 찾아온 시우는 가볍게 통통 농구공을 튕기며 씨익 웃었다.
“쫄?”
… 그렇게 시작된 천가렴의 농구교실.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시우는 눈을 꾹 감았다. 뚫을 수 있다, 뚫을 수 있다. 두어 번 중얼거리고는 바닥으로 공을 통, 튕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순간 스퍼트로 밀고 들어가면서 스텝. 아, 느렸다.
가렴이 손으로 탁 내리치며 바닥으로 튕기는 공은 다시 시우에게로 굴러온다. 가렴은 시우를 향해 웃어 보이며 다시 공과 시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뻔해. 손을 뻗어 공을 스틸해 온다. 몸을 한 번 돌려 마킹을 막고 속도를 내어 골대까지 달려가 가볍게 공을 림에 넣었다.
"다시."
시우에게로 다시 던져지는 공에 시우는 입술 꾹 물고 다시 공을 튕긴다. 마킹 실패, 다시. 포스트업 못 버텨서 또 다시. 돌파 방향 예측 실패로 다시. 그렇게 몇십 번을 도전해도 도저히 뚫을 수가 없어 거친 숨 몰아쉬면서 콜록대다가 다시 공 두 손으로 꽉 잡는다.
"아니 뭔 천가렴을 상대로 저러고 있냐. 저렇게 계속 둬도 괜찮은 건가?"
"둬… 또 뭐 이상한 거 보고 저러는 거 아니야?"
몇 번의 공방 끝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콜록대는 꼴이 퍽 좋아 보이지는 않아서 자세를 거둔다. 겨우 원온원 좀 했다고 지쳐 쓰러지거나 몸이 아프지는 않겠다만. 어딘가 안쓰러워서. 공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그니까 왜 덤비고 난리, 공 가져와."
가렴이 자세를 푼 찰나의 빈틈, 시우는 이를 악물고 골 밑으로 스퍼트를 뛰면 바로 알 수 있다. 이건 뚫렸다, 바로 고민하지 않고 하나에 왼발 둘에 오른발. 림으로 손을 뻗으며 손바닥 위에서 공을 굴린다. 손가락으로 긁듯 밀며 슛. 됐다…! 림 그물에 공 스치는 소리가 가볍다.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지듯 착지하고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숨을 몰아쉰다.
"와 미친!! 야 쟤도 진짜 개쩌는듯;;;"
“천가렴이 방심한 거잖아 무효지!”
주변에서 저마다 떠드는 소리가 귓가에서 웅웅 울리며 몸 지탱하고 있는 팔이 부들거리는 거 보니까 진짜 열심히 했다, 나. 진짜 힘들어…. 그래도 한 번은 들어갔으니까 만족…. 같은 생각 하며 손등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 훔친다.
"야, 기껏 걱정해 줬더니 그걸 기회 삼아 슛을 넣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거 아니거든?”
시야를 가다듬는 시우의 옆으로 다가가 수건과 물병을 건네며 등허리를 주먹으로 툭친다.
“그래도 슛 넣으니까 좋지? 이게 우리가 농구에 빠지는 순간이다.”
“참나…. 다음은 배구야. “
다시 학교로 돌아와 연습에 들어가는 시우. 공이 높이 떠오르면 함께 시야에 걸리는 림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가렴의 말대로 저 림으로부터 누군가가 농구에 빠지는 순간이 있을 거라는 걸 알아서겠지.
“찬스볼!!! “
응, 이게 배구에 빠지는 순간이야. 역시 행복해.
시우의 시야가 돌아가며 청아하게 울리는 타음과 함께 다시 한번 푸른 공이 높이 떠오른다.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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