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익사사건

@ ATLAS-finesummer

some year fine summer

한도현 일상 단편

 

 

  한도현은 상대 팀의 촘촘한 수비를 순식간에 돌파한다. 그의 보라색 눈은 깊게 가라앉아 마치 심해처럼 보인다. 그때, 팀원이 그에게 패스한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조차 없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퍽을 힘주어 가격한다. 둔탁한 타격음이 나며 퍽이 날아가더니, 심판이 호루라기를 휙 분다. 도현의 팀의 득점이다. 관객들에게서는 큰 환호성이 터지고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숨을 가쁘게 내뱉는 팀원들과 손바닥을 부딪친다. 그 순간 느껴지는 고양감, 핏줄을 터트릴 듯한 아드레날린! 그건 감히 그의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그의 팀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경기가 끝나고 탈의실로 돌아가는 길, 열광한 관객들은 그에게 닿아보고자 손을 뻗어댄다. 도현은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에서도 밝게 웃으며 그들의 손 하나하나 를 잡아서 힘주어 흔들어준다. 관객들의 표정이 환해진다.


  코치가 칭찬의 말을 가득 남기고 떠나자, 탈의실에는 팀원들만이 남는다. 팀원들은 도현이 오늘 보여준 플레이를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는 비죽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누른 후 괜히 무게 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내 헤실대며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만다. 그만큼 기뻤던 것이다. 그가 인생을 바쳐서 사랑하는 것에서 승리하는 일은.

 

  그는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리듬의 노래를 조그맣게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에 돌아 간다. 몸은 완전히 지쳐있지만 기분은 승리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어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그가 현관의 문을 열자마자 보게 된 것은 도현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오셨슴까 도현 선배님!”

“... 뭐 하는 거냐?”
“으앗, 도현이 형, 말 걸지 마세요!”

 


  서준이 머리 위에 사과 대여섯 개를 쌓은 채 비틀비틀 걸어 다니고 있었고, 청우는 그런 서준을 박수를 치며 응원해 주고 있었다. 내가 아직 승리의 고양감에 취해 헛것을 보는 걸까? 도현은 마침 1층으로 내려온 시우에게 저게 맞냐며 눈빛으로 물었지만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서준의 머리에서 사과가 우르르 쏟아졌다.

 


“도현 선배님도 해보지 말임까!”
“맞아요, 형. 하키도 그 뭐냐, 균형감 키우면 좋지 않나요?”

 

한도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키랑 사과 머리 위에 쌓아 균형 잡기랑 대체 뭔 관련이냐고, 도현은 온 힘을 다해 부정하며 계단으로 재빨리 도망갔다.

 


“형, 그럼 응원이라도 해주세요!”

 


  어느새 다시 사과를 머리 위에 쌓은 서준이 도현에게 외쳤다. 도현은 더 이상 물러나지 못할 거라는 예감에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서준의 움직임에 따라 영혼 없이 박수를 짝짝 쳤다. 시우가 온몸을 부들대며 웃음을 참는 꼴이 가관이었다.

 

  서준은 최종적으로 2분을 버텼다. 신기록이라며 기합을 목청껏 외치는 청우를 애써 무시하고 도현은 자신의 방으로 비틀대며 올라갔다. 올라가면 눈을 벅벅 씻어야겠다, 차마 못 볼 꼴을 봤으니 말이다. 쟤네는 대체 언제 철이 들려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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