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익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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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year fine summer

유은령 일상 단편

 

 

  고요한 스케이트장. 바닥에 깔린 두꺼운 얼음이 한기를 내뿜는다. 그곳에서 유은령은 천천히 스트레칭으로 훈련에 들어가기 앞서 몸을 풀고 있다. 그가 숨을 천천히 내쉬자 숨결은 하얀 입김으로 바뀐다. 그는 그의 얼굴을 붉게 만들 정도의 지독한 추위를 사랑했다.


  스케이트화를 신고 얼음에 나서자 잘 정돈된 얼음에서 스케이트의 날과 부딪히며 갈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언제나와 같은 동작들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하지만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보일 수 있게 연습한다. 빙글 돌고, 순간적으로 뛰어올랐다가, 이내 안정적인 착지.

 

  자율 훈련을 끝낸 그는 어느새 추위도 잊고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은령은 박수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니 그의 코치다. 코치는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칭찬의 말을 전하며 이런저런 세심한 조언을 해준다. 은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코치의 말을 듣는다. 코치의 말 중 어떤 부분에서는 되려 그 가 먼저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아침 훈련 후 돌아온 숙소, 그의 손에는 살짝 낡아 이제는 귀부분이 해진 동물 인형이 들려있다. 이십대 남성이 손에 쥐고 다니기에는 유치해 보이는 인형이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은령의 마음을 진정 시켜주었기 때문에 인형을 들고 다니는 건 이제 거의 그의 습관이 되었다. 은령이 유난히 인형을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숙소에는 서너명의 선수가 모여서 늦은 저녁을 먹고있다. 그중 제일 나이가 많아 맏형다운 역할을 맡은 성시우가 은령에게 같이 먹겠냐고 슬쩍 묻는다. 은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금방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고 말한다. 식사를 하는 선수들 중에는 숙소에 오는 내내 손에 쥐고있었던 인형을 선물해준 이도 있었다. 팬으로 처음 만났지만 이제는 같은 입장의 선수로 마주한 사람, 정서준이다. 은령은 인형을 책상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그의 긴 머리카락을 위로 높이 묶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식당으로 내려간 그는 식탁 위에 음식을 살핀다.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다. 꽤나 가정적인 메뉴라고 생각하며 그는 백청우의 옆 빈자리에 앉는다. 은령은 음식을 천천히 입에 넣는다. 주로 청우와 서준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가끔씩 살짝 미소를 짓는다. 청우가 언제나 처럼 잔뜩 신이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으면, 서준은 그것에 적절히 호응하며 유쾌한 농담거리를 던지는 그런 식이다.

 

 

  은령은 언젠가 다시 만난 서준에게 자신의 스케이팅에서 어떤 부분에 빠졌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자신의 삶의 원동력은 그의 스케이팅이었다고, 서준은 대답했다. 그때 은령은 자신의 스케이팅이 누군가의 삶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스케이트화를 신고 빙판에 나선다. 얼굴을 붉히고 입김을 희게 만드는 추위를 느끼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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