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익사사건

@ ATLAS-finesummer

some year fine summer

성시우 일상 단편

 

 

“시우형 왜 저렇게 시무룩해 있어?”
“동생한테 한마디 들으셨단다. 자기 귀찮게 하지 말라고.”
“... 상심이 크시겠네.”

 


  식탁에 머리를 박고 있는 성시우 주변에서 같은 숙소를 쓰는 이들이 소곤거렸다. 시우의 귀에도 충분히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지만 지금 그는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줄 기력조차 없는 상태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이 오늘 전화로 귀찮게 하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고 끊어버린 참이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그를 더 불행하게 할 수 있을까.


  그는 그 자신이 동생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오빠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물론 가끔씩, 아니, 조금은 자주 동생을 귀엽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건 자명한 사실일 뿐이니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시우는 정말로 다른 오빠들이 동생을 챙기는 것만큼만 동생을 생각했단 말이다.


  그럼 그에게도 동생의 발언은 대미지가 꽤나 컸다. 그 덕에 오늘은 훈련도 망쳐버리고는 드라마 속 비련의 남자 주인공처럼 숙소 식당을 전부 차지해 있는 터였다. 평소에 보여주던 침착한 형님 같은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채, 그는 머리를 싸매고 심적 고통으로 인한 신음을 했다.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숙소의 분위기를 풀곤 하던 정서준이 조심스레 시우에게 말을 걸었다.

 

 

“시우형, 마음 푸시고 동생분과 이야기해 보시는 건...”

 

 


  성시우는 힘없이 축 늘어트린 고개를 간신히 들어 서준에게 눈짓했다. 저리가.... 단순하지만 알아듣기 쉬운 한마디였다. 덕분에 서준은 기가 픽 죽은 채로 자리에서 물러날 뿐이었다.

 

 

  성시우라는 선수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힘이 넘치면서도 그러한 힘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선수다. 신속하고 활력 있는 플레이를 경기 내내 보여주면서 움직임 하나하나 생각 없이 펼치지 않는다. 농구 경기를 보는 그의 팬들은 그의 경기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었고, 같은 팀의 선수들은 그를 믿음직스러운 선배로서 존경했다. 또 그의 세심하고 든든한, 그야말로 맏형다운 면모는 동료 선수들이 시우에게 의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떨 때는 그에게 남몰래 고민을 털어놓는 선수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가끔씩 그가 아껴 마지않는 동생의 한마디에 울고 웃는 남자라는 사실은 공공 연하게 선수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다음날, 시우는 어제보다는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였다. 그는 더 이상 숙소 식탁에 얼굴을 박고 훌쩍이지 않았다. 훈련에서도 평소의 그와 같이 활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신 그는 아는 이들에게 여자가 받으면 좋아하는 선물을 캐묻고 다녔다. 남자들만 바글바글한 선수촌에서 그런 류의 질문에 그럴듯한 대답이 나올리는 만무했지만은, 시우를 존경하는 선수들은 모두 최대 한 머리를 모아가며 최선의 답변을 내왔다.

 

 

“역시 여자는 꽃이죠.”
“동생분도 선수시니까, 실용적인 건 어떨까요.”

 


  시우는 한마디 한마디 들을 때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들의 대답을 바탕으로 선물 목록을 작성했다. 여동생이 있는 하유와 채건이 조용히 목록을 수정해 둔 것은 비밀이다.

 

  물론- 성시우의 동생, 성유원의 숙소 앞으로 온 산더미 같은 선물 상자를 발견하고 한숨을 내쉰 것은 그 일로부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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