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채건의 주변 이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제일 먼저 돌아오는 대답은 ‘입이 좀 많이 험하고, 첫인상이 좀 무서웠던 형’ 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본다면, 당신은 다른 이들이 그런 험한 어투 속에서도 채건의 애정을 언제나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게 분명하다.
남채건은 머리를 싸매고는 소리를 내지르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어야 했다. 이곳은 자신 외에도 아홉 명이나 같이 사용하는 공동 숙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서는 정말 참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이유는 첫째, 오늘의 훈련에 있었다. 얼마 전 새로 들어온 후배란 놈이 얼마나 뺀질거리는지 그의 위장을 실시간으로 비틀어 놓는 중이었다. 덕분에 오늘도 그가 뱉은 욕설의 단어만 백여 개 를 넘어갔고, 팀원들의 귀청은 나날이 터져만 나갔다. 두 번째로, 사실 이게 가장 주된 이유인데, 그가 노리던 한정판 굿즈(~무려 20주년 기념으로 나 오는 한정판 피규어~)의 예약을 눈앞에서 놓친 것이었다.
어째서, 그는 서버가 다운되었을 때 속으로 고함을 질렀다. 만일에 대비하여 그의 오래된 행운의 부적까지 꺼내서 손에 쥔 채였단 말이다. 그는 아는 신의 이름을 죄다 부르며 바닥에 무릎을 꿇 고 절망했다. 그 망할 후배도 그렇고 아마 자신은 신들께 버림받은 것이 분명하다며 채건은 괜히 애꿎은 침대만 퍽퍽 쳐대었다. 당연히 그의 입에서는 차마 글로 적을 수도 없는 욕설이 튀어나오는 중이었다.
그가 진정하기까지는 이십여 분의 시간이 걸렸다. 깊은 밤이었음에도 숙소의 누구도 깨우지 않은 자신의 자제력의 그는 박수라도 보내고 싶었다.
그는 찬물을 한 잔 마시고 나름 맑아진 정신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그 뺀질이 새끼는 거슬리기는 하다만, 적어도 실력에서 빠지지 않는 놈이었다. 그리고 같은 팀의 일원이니 아예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가 그의 인생의 절반 이상을 공만 차며 느낀 점이 있는데 그건 결국 사람도 개와 같은 짐승과 똑같이 적절한 욕과 당근을 주다 보면 바뀐다는 점이었다.
놓친 굿즈는, 그는 다시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억눌렀다. 20년 정도 기다리면 언젠간은 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는 잠을 청하였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그는 언제나와 같이 공을 찼다. 채건은 시합 중에도 항상 생각하는 것을 중시하는 선수였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만들어진 선택이 승패를 결정한다고 그는 믿어왔다. 축구는 보기와는 달리 단순치 않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에게 축구한 누구에게 공을 줄 것인지, 어떤 순간에 나아갈 것인지, 그런 하나하나의 전략으로 이루어진 경기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팀에서 제일 많이 움직이는 선수기도 했다. 90분 내내 전력을 써가며 경기장 전체를 달리는 그의 모습은 팬들의 자랑거리기도 했다.
오늘 훈련에서도 그 뺀질이는 늦었다. 늦은 주제에 달리지도 않는 모습을 보니 채건의 입에서 욕 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결국 경기 중에 그게 중요할까. 저놈이 얼마나 거슬리든 채건의 공을 받아 차내야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게 바로 축구인데도.
그는 축구의 그런 점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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