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유는 부드럽게 불어오는 더운 바람의 방향을 느끼며 주먹을 천천히 쥐었다 다시 폈다. 하늘 꼭대기에서 작열하는 태양조차 그의 신경을 방해하지 못했다. 숨을 깊게 들이 셨다가, 내쉬고, 마침내 활을 제 손에 꽉 쥔다.
그가 올곧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오직 까마득하게 멀리서 보이는 점수판뿐이다. 활시위를 부드럽지만 힘 있게 당기고, 시선을 흔들림 없이 고정하고,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여 적절히 힘을 조절해, 완벽한 순간에 시위를 놓으면...... 어김없이 정중앙에 꽂혔다. 인정하자면, 그는 이런 순간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코치는 하유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칭찬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너는 언제나 침착하게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장점이라는 둥, 그 태도를 유지하는 게 좋을 거라는 둥. 백하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숙소로 발걸음을 옮길 때 하유는 빨리 혼자 쉬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그에게 코치님은 지나치게 밝고, 시끄러운 사람이었다. 물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마는 잘 맞지 않는 부류라고 할까.
숙소에 들어가자 그는 먼저 온 이의 신발이 있음을 보았다. 붉은 조던은 남채건 형, 그리고 스니커즈면... 정서준 형인가. 시끄럽지는 않으면 좋을 텐데, 그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부터 서준 형의 방에서 음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는 애써 모른 체 했다.
겉옷을 의자에 걸쳐두고 수면 등과 모니터에서 나오는 불빛이 있지만 약간은 캄캄한 방 구석 의자에 백하유는 앉았다.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더운 방에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낡은 에어컨이 웅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가 오늘 고른 영화는 약간은 뻔하지만 트위터에서 꽤 유명한 소설 원작의 의학드라마. 곧 모니터에 시작 화면이 떠오르며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해가 꼬박 다 지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마지막화의 크레딧 화면이 올라가며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는 지금 본 영화를 평가 내릴 만한 단어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의외로... 재밌잖아? 보통의 소설 원작 드라마는 드라마화되기 전 작품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아? 원작이랑 거의 똑같잖아... 조용히 감상평을 중얼거리며 그는 화면을 껐다. 픽하는 소리를 내며 낡은 컴퓨터 모니터가 암흑을 비추었다.
'역시 배우와 감독 각본이 완벽하면 이만큼 끌어낼 수가 있구나. 의외로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 것 같지. '
백하유는 익숙하게 트위터에 들어가 몇 번의 서치로 팬미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조용히 응모까지 완료하여 폰을 침대에 툭 던져둔 채로 기지개를 쭉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약 이 주 정도 뒤, 하유의 계정에 배우들의 사진과 함께 레전드 갱신이라는 폭발적인 반응이 오며 이번에도 손떨방 세계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굳건히 했다고 한다.
ⓒ하루